쌍용차 인수 대금을 지급하지 못해 투자계약이 무산된 에디슨모터스 자회사 에디슨EV의 주식거래가 2022년 3월 30일부로 정지됐다.당초 이날은 에디슨EV의 주주총회 예정일이었다. 통상 주총 1주일 전에는 회사 감사보고서가 나와야 하는데, 외부 회계법인인 감사인은 의견거절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감사인의 의견거절은 보통 감사를 받는 회사의 경영난이 심각한 상황일 때 주로 발생한다.2022년 3월 31일 현재 주식거래가 정지된 에디슨EV. /네이버 금융한국거래소는 3월 29일 장 마감 후 에디슨EV에 감사의견 거절에 대한 사실 여부와 구체적인 내용을 요구하며 4월 11일까지 에디슨EV 주식 거래를 정지시켰다. 에디슨EV 주식 거래가 재개되려면 이때까지 에디슨EV가 회사 경영난을 해결할 수 있을 만한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이 계획이 부실할 경우 거래정지 기간은 늘어날 수밖에 없고 최악의 경우 주식에 대한 권리, 즉 주권이 휴지조각으로 전락할 수 있다. 투자자들의 피해는 불보듯 훤한 일이다.에디슨EV의 주가는 논란이 불거지기 시작한 3월 29일 시간외 단일가 거래에서 하한가 수준인 1만950원까지 하락했다. 하한가에도 매도 물량이 쏟아졌지만 체결되진 못했다. 에디슨EV의 주가는 2021년 11월 12일 8만2400원까지 치솟으며 52주 최고가이자 상장이래 최고가를 기록한 바 있다. 이후 산업은행이 에디슨모터스에 대한 금융 지원 불가 입장을 시사하면서 인수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소식이 퍼졌고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거래정지 이틀 전인 2022년 3월 28일에도 에디슨EV는 개인투자자들의 매물이 쏟아지면서 하한가를 기록했다. 이날 쌍용차는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이 3월 25일까지 예치했어야 할 인수대금을 넣지 않았다며 에디슨과의 계약 해지를 공시했다. 하지만 하루 뒤인 29일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의 일방적인 계약해지 통지에 이의를 제기하며 법원에 (계약해지) 효력정지 등 가처분신청을 접수했다”고 밝히면서 주가가 잠시 반등하기도 했었지만 결국 거래가 정지됐다.주식 투자자 보호에 ‘빨간 불’ 켜지며 거래정지거래정지 기간동안에는 주식 사고 팔 수 없어 돈 묶일 수밖에 없어2022년 1월부터 3월 말까지 오스템임플란트 등 49개사 거래정지주식 시장을 관리·감독하는 한국거래소는 투자자 보호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태가 발생할 경우 해당 종목의 거래를 정지시킬 수 있다. 거래정지는 법이나 행정명령, 한국거래소의 규정 등을 위반, 거래소의 운영과 투자자 보호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종목에 내려지는 조치다.거래정지는 보통 상장 자체를 폐지해야 할 만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에 응하지 않았을 때, 공시를 번복하거나 지연한 때 등에 내려진다. 거래정지 조치는 거래가 정지된 주요한 원인이 해결됐다고 거래소가 인정했을 때 해제된다.한국거래소 내 전광판./ 조선DB거래가 정지되면 주식을 사고 파는 행위 자체가 이뤄질 수 없기 때문에 주주들의 돈은 거래정지가 풀릴 때까지 묶일 수밖에 없다. 특히나 기관이나 컨소시엄 등에 비해 자금력이 부족한 소액주주, 즉 개미들의 경우에는 고통이 더 크다. 특히나 좋은 투자처라는 말에 솔깃해 대출까지 받아 투자한 경우라면 거래정지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이자 부담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문제가 더 커진다.주식 거래정지는 흔한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주 드문 일도 아니다. 2022년에도 3월 31일까지 3개월간 49개 상장사가 거래정지를 당했다.2020년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 들어서는 중앙연구소 전경./ 오스템임플란트 제공이 가운데는 2021년 말 큰 논란을 일으켰던 회사 오스템임플란트도 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직원이 2000억원대 회삿돈을 횡령한 사건을 벌어지면서 2022년 새해 첫 거래일인 1월 3일부터 주식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한국거래소는 2월 17일 오스템임플란트를 상장정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했고, 3월 29일 이를 논의하기 위해 기업심사위원회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서는 상장을 유지할 것인지, 1년 이내의 개선기간을 부여할 것인지, 상장을 폐지할 것인지 등에 대한 토론이 이뤄졌지만 의견이 모이지 않으면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거래소는 3월 31일 오스템임플란트의 주총 이후 심의를 다시 열어 논의를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그나마 다행인 것은 오스템임플란트의 외부 감사인인 인덕회계법인이 오스템임플란트에 대한 감사의견을 ‘적정’으로 제출했다는 점이다. 코스닥 상장사는 감사의견이 ‘비적정’으로 나올 경우 주식거래에 적신호가 켜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오스템임플란트의 소액주주 규모는 수 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스템임플란트를 믿고 투자했다 낭패를 보게 된 소액주주들은 2022년 1월 집단소송에 나서기도 했다.오스템임플란트 소액주주들의 고통도 만만치 않지만 특히나 2020년 5월 주식거래가 정지된 바이오기업 신라젠 주주들의 경우에는 정지 기간이 오래된 데다 상장폐지 위기에 놓여 있어 불안감이 더 심한 상황이다. 신라젠의 소액주주는 17만명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라젠은 전·현직 경영진이 1900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기소되는 등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해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는 신라젠에 1년간의 개선기간을 부여한 후 2022년 1월 상장폐지를 의결했다. 정식 상장폐지 여부는 오는 9월 열리는 시장위원회 재심사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에디슨EV기업분석 전문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에디슨EV는 2000년 반도체 및 평판 디스플레이 공정장비 제조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생산과정에서 사용하는 플라즈마 진단장비와 유리기판 검사장비를 생산하고 있다. 매출은 전기차사업부 76.62%, 플라즈마검사장비 8% 등으로 이뤄져 있다.☞상장적격성 실질심사상장적격성 실질심사는 주식시장에서 회사의 주식을 거래해도 될 정도로 회사를 믿을만 한지, 그러니까 상장회사로서 적합한지 여부를 심사하는 것을 말한다. 한국거래소는 특정 기업의 주식 거래를 정지하고 상장적격성 심사에 돌입할 경우 15거래일 이내에 실질심사 대상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실질심사를 받을만 한 대상이 아니라고 결정되면 거래는 즉각 재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