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의 경영 여건이 작년 매각 추진 당시보다 현저히 개선되면서 인수전도 흥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인수자금 납입을 못한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의 사례가 있는 만큼, 현재 유력 인수 후보로 꼽히는 쌍방울그룹과 KG그룹에 대해 자금력과 진정성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11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는 이번주 서울회생법원의 허가를 받은 후 스토킹 호스 계약 체결을 위한 우선 매수권자(인수 예정자) 선정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이 인수대금 납입을 못해 중도 무산된 만큼, 인수 후보의 첫 번째 조건은 자금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자동차 산업에 대한 이해도는 물론 중장기적으로 쌍용차를 흑자 기업으로 만들 수 있는 시너지 등을 판단해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인수자금으로는 회생담보권과 조세채권, 회생채권 상환에만 8000억원 이상으로, 이후 운영자금을 포함하면 1조5000억원 규모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에디슨모터스는 회생계획안에서 회생채권 변제율을 1.75%로 제시하며 채권단의 반발을 산 경험이 있는 만큼, 자금력은 무엇보다 중요한 인수 조건으로 꼽힌다.쌍방울그룹은 이날 계열사인 광림을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쌍용차와 EY한영회계법인에 사전인수의향서를 제출하면서 강한 의지를 보였다. 특히 KH그룹을 컨소시엄에 합류시키면서 자금력 부분에서의 주변 우려를 해소시켰다.KH그룹은 알펜시아 리조트, 그랜드 하얏트 호텔을 인수한 경험이 있으며 그 외에도 KH필룩스(전자·바이오), 장원테크(경금속) 등을 관계사로 두고 있다.쌍방울그룹은 작년 이스타항공 인수전에 나서면서 마련한 1200억원 등 6500억원가량의 자금을 확보한 만큼 자금력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KH그룹이 컨소시엄에 참여한 만큼 인수자금은 어느 정도 확보됐다는 평이 나온다. 핵심 계열사인 광림의 경우 특장차 사업 비중이 가장 크다. 특장차는 대부분 상용차를 개조해 제작되는 만큼, 사측은 쌍용차와의 시너지를 자신하고 있다.성석경 광림 대표이사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진정성을 갖고 이번 인수전에 임하겠다"고 강조했다.그러면서 "자체자금과 자본조달을 통해 인수자금을 준비하고 있고 현금자원 운영자금, 예비자금 확보에 대해서도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국책 과제 수행과 자체기술 개발을 통해 전기 특장차·상용차에 필요한 기술력을 확보해온 만큼 쌍용차와의 결합은 최고의 시너지를 가져오기에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쌍방울그룹의 가장 큰 경쟁자로 꼽히는 KG그룹은 자금력에서 앞선다는 평을 받고 있다. KG그룹은 KG이니시스, KFC코리아에 이어 2019년에는 KG스틸(당시 동부제철)을 인수하는 등 인수·합병(M&A)으로 회사를 키워 왔다. KG스틸의 경우 영업이익이 2019년 346억원, 2020년 1108억원, 작년 2969억원으로 고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번 인수전의 또 다른 관건은 쌍용차가 얼마나 빨리 수익성을 회복할 수 있는지 여부다. 회사측은 작년 6월에 비해 경영 여건이 현저히 개선됐다고 자평하고 있다. 올 초에는 첫 전기 SUV인 코란도 이모션을 출시했고, 개발 여부가 불확실했던 J100(프로젝트명)은 개발이 완료돼 6월말 출시를 앞두고 있다.또 실행방안이 구체화 되지 않았던 친환경차로의 전환도 글로벌 전기차 기업인 BYD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내년 하반기에 U100을 출시하는 등 실행방안이 구체화 돼 추진 중이다. 이 밖에 사우디아라비아 SNAM사와의 CKD 사업도 올해 1월 현지 공장이 착공돼 2023년부터 년 3만대 규모의 수출 물량을 확보하게 됐다고 사측은 설명했다.판매 실적도 호전되고 있다. 쌍용차는 올 1분기 총 2만3278대를 팔아 전년 동기보다 25.0% 증가했다. 특히 내수에서는 1만4478대로 르노코리아(1만2659대)와 한국GM(7399대)를 제치고 국내에서 제조하는 완성차 가운데 3위에 올랐다. 수입차를 포함하면 메르세데스 벤츠(1만8142대)와 BMW(1만8043대)에 이은 5위다.쌍용차는 작년 2613억원이 영업손실을 입었지만 전년(-4494억원) 대비 적자폭은 1800억원 이상 축소됐다.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쌍용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