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그리움 품은 ‘마음의 호수’로...그대, 노 저어 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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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리아  0 Comments  613 Views  21-06-29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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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갈래 만갈래 파란만장 흐르던 금강대청댐 생기며 수심 70m까지 깊어져주상절리·수평절리 닮은 수려함 뽐낸250㎞구불구불 오백리길·호반낭만길...솔향 가득 14㎞ 황톳길 맨발로 걸으며자연이 주는 건강 선물받는 계족산성대청호를 내려다보는 장독대. 수몰민의 유물을 형상화했다.대청호 ‘호반낭만길’ 풍광계족산 맨발등산계족산 건강지압 냉수 족욕탕‘아주 큰 밭(한밭)’이라는 뜻의 대전광역시 어귀에 이르러 다시 차량 내비게이션을 맞춘다. 대청호 가는 길이다. 내비 화면이 여행자 일행을 잠시 놀라게 한다. 대덕 과학기술 메카와 가까운 비룡IC 옆에, 도심 방향으로 거대한 용(龍)이 대전 대덕구·동구,청주·보은·옥천 쪽에서 날아오고 있었던 것이다. 서쪽에 계룡산, 남쪽에 장태산, 동쪽에 계족산을 두고 서울가는 가는 길만 낮은 요새, 대전 대청호 여행은 그렇게 비룡IC에서 시작됐다.▶피요르드 혹은 리아스식 S라인,W라인= 국토 중부의 산악지대 사이로 천갈래 만갈래 파란만장 흐르던 금강 본류와 지류의 강물은 대청댐이 생기면서 수심이 일제히 50~70m로 깊어진다. 얕은 산은 섬이 되고, 봉우리들의 기슭은 리아스식 혹은 피요르드식 해안 처럼 구불구불 변했으며 오목한 밭은 풀등 처럼 바뀌면서 다른 호수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들을 만들어냈다.수면과 닿은 곳은 250㎞의 길고 구불구불한 띠를 만들고, 나무와 흙에 덮혀있었던 돌무지가 단면을 드러내는데, 산이 물을 만나 벌이는 풍화작용이 생중계된다. 주상절리, 수평절리 닮아 수려하지만, 완전히 다른 것이다.리아스식 모래곶이 가장 파란만장한 ‘대청호 오백리길’ 4구간, ‘호반낭만길’엔 아버지와 어린 딸이 노니는 모습, 벤치에 앉아 부녀의 피요르드식 호변놀이를 지켜보던 엄마의 모습, 모두 풍경화가 된다. 모세의 길이 되다 만, 길게 열린 모래톱 끝엔 나이 든 마을 어르신이 뭔가 사색에 잠긴 모습이다.▶수몰의 아픔, 국민힐링 보람으로= 안골마을 오동리 외가댁에 하루가 멀다하고 놀러가서 족대로 물고기잡이를 했다는 백남우씨(62·대전향토문화연구회 회장)는 “지금도, 마을에 물이 갑자기 빠지면서 그리운 오동리, 주촌리 옛 마을이 되살아나는 꿈을 자주 꾼다”면서 “실향민들은 통일 되면 갈 수 있다는 희망을 품지, 물이 다시 빠질 일이 결코 없는 수몰민들은 실향민 보다 더 안타까운 향수병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어느 구간에서는 물에 잠긴 묘의 상석도 어렴풋이 보인다. 백 회장은 수몰지 문화의 재생 등 대전 문화의 재발견을 위해 일하면서, 한편으론 고향이 21세기형 비대면 여행지로 국민 사랑을 받는 것이 고마워 해설사 일도 자처한다.호반낭만길은 윗말뫼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하트(♥)모양의 그네 옆길로 진입하면서 시작된다. 수변탐방데크가 800m가량 이어지고, 나머지 구간은 모래와 풀이 섞인 도보탐방로와 솔숲을 자유롭게 다닌다. 길이 난 곳이 사람이 자주 간 ‘안전빵’ 산책로이다.▶김희선,권상우 ‘슬픈연가’ 촬영= 전망데크, 수몰민의 장독대 언덕, 권상우-김희선의 드라마 ‘슬픈연가’ 촬영지, 물속마을정원, 가래울, 대청호자연생태관, 자연수변공원, 추동 취수탑, 황새바위, 연꽃마을, 금성마을, 고개마루 등 10㎞가 약간 넘는데, 골라걸어도 상관없고, 무장애 탐방데크로와 휠체어가 가는 탐방로 등 1㎞가량 이동해도 남녀노소·장애인·노약자 누구든 파란만장 대청호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옛 산기슭 모양대로 S라인, W라인의 백사장이 생겼고, 좁아진 숲길 좌우로 호수물이 호위하기도 한다. 작은 산 꼭대기에서 독야청청했을 소나무는 호수에 비친 자기 반영이 이젠 익숙하다. 전망데크위에서 보면 구불구불한 호수선이 한폭의 그림이다. 경사가 급했던 동쪽 산은 황토색 띠를 허리에 찬채 첩첩산중의 풍경을 선사한다. 어느 얕으막한 언덕 위, 대청호를 내려다보는 시골집 담장과 장독대가 마음을 뜨끈하게 한다. ‘내 마음은 호수요~.’ 곳곳의 나무벤치에 앉은 남녀노소의 무심무상 표정과 마음방역하는 모습도 정겨워보인다.▶호변 ‘청와대’가 왜 왔겠니?= 본선 21구간, 지선 5개 구간으로 이루어진 대청호 오백리길엔 ‘남쪽 청와대’인 청남대, 미륵원, 금강유원지, 찬샘마을, 문의문화재단지, 서당으로는 국내 최초로 보물이 된 이지당, 정지용 생가 등 역사, 문화의 자취가 즐비하다. 캠핑은 대청로하스길(21구간)이 유명하다. 2구간 찬샘마을길 성치산성과 노고산성을 끼고 있다. 성치산성에서 보면 다도해같은 풍경을, 노고산성에서 조망하면 청남대 남쪽으로 여러마리의 새들이 물을 마시는 듯한 모습이 펼쳐진다.노고산성은 노고산 정상부에 있는 산성으로, 성벽의 대부분이 허물어져 그 윤곽만 확인할 수 있다. 정상에서 가까운 곳에 할머니 바위가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노고산성은 계족산성의 전초기지로 금강의 수로와 옥천-문의간 도로를 감시하는 역할을 했을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산꼭대기 ‘소원의 종’은 역사문화해설사가 탐방단을 주목시킬 때 쓰이기도 하는데, 가족과 나라의 안녕을 기원하고, 백제-신라 처럼 싸우지 말자는 바람을 담았다.▶황토 진흙 맨발걷기-발지압 족욕탕= 요새 같은 지형, 대전을 서로 차지하려다 보니, 이곳엔 전국에서 산성이 가장 많다. 으뜸은 계족산성이다. 막판 경사길을 잘 오르도록, 먼저 맨발 황톳길이 발 건강을 챙겨준다. 솔향 가득한 계족산 산책로를 맨발로 걸으며 자연이 주는 건강을 경험할 수 있다. 장동삼림욕장에서 시작해 임도삼거리까지 이어지는 약 14㎞ 구간의 부드러운 황톳길을 걸으며 발과 호흡기 모두 건강해지는 길이다. 매년 전국에서 질 좋은 황토만을 골라 깔며 수시로 황토를 뒤집고 물을 뿌려 말랑말랑한 상태를 유지한다. 길의 절반은 일반 산책길이기 때문에 등산화 신고 걸어도 좋다. 계족산성에 오르기 위한 경사로가 시작되기 직전 말마사지 돌이 바닥에 깔린 탁족풀이 있다.산성 정복을 위해 다시 등산화끈을 매는 여행자 사이로 맨발의 청춘을 끝까지 과시하는 50대 경기도 아저씨도 보인다. 누가 걷든 등산로 좌우는 베트남 퐁냐케방 같은 밀림이 우거져 있다. 계족산은 대전 동구와 대덕구의 동북부를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큰 산이다. 해발 429m로, 산줄기가 닭발처럼 퍼져 나갔다 하여 계족산이라 부른다. 사실은 봉황을 발이라 봉황정도 있고 원래 이름도 봉황산이었는데, 일제가 평범한 조류로 격하시켰다. 명칭 복원에 찬반이 있을 수 있는데, 국민들이 봉황보다 닭을 더 좋아하니 이제는 웃을 수 있다.▶계족 아닌 봉황족(足)= 산성은 북한산성,한계산성,두타산성,동래읍성 보다 웅장하다. 산 스스로 이미 성 같은데 단단한 석재로 촘촘하게 7~10m 가량 이상을 더 쌓았고 상부 너비는 1차선 도로에 육박하는 3.4m나 된다. 현존하는 총길이는 1200m다. 대청호가 내려다 보이는 동쪽 성벽과 성문의 운치도 좋다. 삼국시대 성인데, 산쪽대기 우물과 정교한 수로를 만든 지혜도 엿본다. 고분군, 절터, 가마터도 있는 이곳에서 백제부흥군과 신라 김유신 부대가 싸웠다는 기록도 있고, 고려 기와, 조선 자기 조각도 발견돼 오래도록 요충지였던 것으로 보인다.과학기술 이미지가 강해 미처 드러내지 못했던 청정 대전의 면모가 베일을 벗고 있다.함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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