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인수합병 시장 예상 뒤엎고 후끈시장 나온 매물들마다 '다자구도' 팽팽장담 못하는 내년 분위기…현시점 올인경쟁 구도에 매물 몸값도 덩달아 상승[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숨 고르기에 접어드나 싶었던 연말 인수합병(M&A) 시장이 다시금 뜨거워지고 있다. 시장에 흥건하던 유동성이 마를 조짐을 보이자 내년 분위기를 장담할 수 없는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막판 매물 잡기에 뛰어들어서다. 새 주인을 찾아 나선 매각 측 입장에서는 PEF 운용사들의 연말 ‘라스트 댄스(마지막 춤사위)’에 덩달아 어깨춤을 추는 모습이다.[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연말 M&A 매물들 잇달아 ‘다자구도’ 팽팽최근 M&A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매물을 꼽으라면 1세대 이커머스(전자상거래) 기업으로 꼽히는 ‘다나와’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다나와는 오는 18일 매각 본입찰에 나설 예정이다. 지난달 4~5곳의 숏리스트(적격 인수 후보)를 추렸지만 최근 인수전에 변화의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눈길은 끄는 곳은 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MBK)의 참전이다. MBK는 이커머스 전문 기업 코리아센터(290510) 투자를 통해 ‘다나와’ 인수전에 우회적으로 참전했다. MBK와 코리아센터가 연합군을 꾸린 뒤 코리아센터와 다나와를 엮는 ‘볼트온(유사기업 인수합병)’을 펼치겠다는 전략이 읽히는 대목이다. 이러한 흐름은 매각 당사자인 성장현 다나와 이사회 의장의 의중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매각 이후 비전이나 임직원들의 후사를 위해 재매각이 목적인 재무적투자자(FI) 보다 전략적투자자(SI)와 매각 협상을 우선하겠다는 입장 때문이다. 인수전에 나선 SI들 입장에서는 현 상황이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FI와 비교해 자금 동원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비전 제시 측면에서 도리어 앞서고 있어서다. 앞선 MBK 사례처럼 FI들과의 팀 꾸리기 가능성도 열려 있지만 일부 SI들의 경우 독자 행보 의지를 유지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전 성패는 가격이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11일 종가 기준 다나와 시가총액은 3600억원 수준이다. 매각 지분인 성장현 이사회 의장 등의 지분(51.3%)을 감안하면 산술적인 가치는 1800억원을 조금 웃돈다. 결국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어느 정도 쳐주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더 받을수록 좋은 매각 측 입장과 달리 원매자들은 막판 눈치싸움에 들어갔다. 적정 금액 상한선을 정해놓은 상황에서 어느 쪽이 더 써내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이라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내년 분위기 장담 못해…연말 M&A 인수전 집중다나와 외에도 소프트웨어 개발 전문 기업인 티맥스소프트 인수전도 다자구도로 흐르고 있다. MBK를 비롯해 PEF 운용사인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 맥쿼리자산운용, SI로는 IT기업 베스핀글로벌 등이 숏리스트에 올랐다. 매각 대상은 박대연 티맥스소프트 회장의 보유 지분(28.9%)과 티맥스그룹 계열사 티맥스데이터를 통해 보유 중인 지분(24.05%) 등 60.7%다. 내달 본입찰을 앞두고 시장 안팎에 거론되는 매각가로 약 1조원이 점쳐지고 있다.PEF 운용사 스틱인베스트먼트(스틱)가 보유한 바이오디젤 기업 대경오앤티 인수전에도 4~5곳의 FI가 참여했다. IMM인베스트먼트와 유진프라이빗에쿼티(PE), 미래에셋벤처투자 등이 포함됐다. 매각 대상은 스틱이 보유한 대경오앤티 지분 70%와 김창윤 전 대경오앤티 대표의 지분 19.72%를 포함한 지분 100%다. 당초 대경오앤티의 예상 거래 금액은 4000억원 안팎이었지만 최근에는 5000억원 정도까지 거론되며 몸값이 뛰고 있다.연말 인수전이 예상보다 달아오른 데는 당장 내년 시장을 장담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깔렸다는 설명이다. 한 인수전에 참여한 PEF 업계 관계자는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매물에 대한 성장성에 높은 점수를 주는 것도 사실이다”면서도 “연말 탓도 있겠지만 마땅한 차기 매물 티저레터(투자설명서) 등이 없다 보니 현재 상황에 집중하는 것도 이유로 꼽힌다”고 말했다.미국의 테이퍼링(채권 매입 축소)을 시작으로 각국의 긴축 흐름이 이어질 경우 유동성이 마를 수 있어 시장 분위기를 낙관할 수 없다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 ‘내년 분위기가 올해와 같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PEF 운용사들이 자사 드라이파우더(펀드 내 미소진 자금)를 지금 소진하는 게 낫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한 PEF 업계 관계자는 “유동성 측면도 있지만 매력적인 차기 매물이 나올 수 있느냐에 대한 부분을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 크다”며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매물에 대한 업사이드(상승여력)를 높게 보고 인수 의지를 관철 시키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고 말했다.